모이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민과 영원성에서 파생되는 연상을 공감각적으로 받아들이며 응집의 순간을 찬미하기 위한 회화적 시도이다. 이러한 작업은 결집된 순간에서 터지는 폭발적인 시너지와 동시에 찰나적인 가변성을 느끼며 비영원한 것들에 대한 공허하고 아쉬운 기분(Grundstimmung)을 역설적으로 다채롭게 기록하고자 시작됐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알고 있음에도 퇴색되지 않은 본질과 서로 다른 우리의 화합이 화학 반응 하듯 형형색색 터지고 흘러 뭉쳐지는 순간만 유지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다. 레이어가 물방울처럼 층층이 쌓여 하나의 물웅덩이가 되며 우리가 뭉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아름답지 않더라도 동질감과 공통점으로 인해 생겨날 여유와 안심을 말이다. 그렇기에 메마르지 않는 영원 그 이상의 존재를 기릴 수 있도록 생성과 소멸, 해산과 결집이 반복되는 삶의 양태를 웅덩이로 치환한다.
웅덩이란 늪 보다는 작은 움푹 파인 물이 괸 곳을 뜻하는데 본인에게 세상은 이러한 웅덩이와 같다. 유기체적 자연관이 자연을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파악하는 관점처럼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를 넘어 사회와 자연, 지역사회와 거대담론 등으로 확장되어 내재하는 질서나 체계를 덩어리로 파악하고 실재적 풍경을 단순화하면서 세계-내-존재의 경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각자의 보이드(void)가 채워질수록 축적되는 유대감은 용기와 에너지의 자양분이 되며, 때로는 고여진 불변성에서 영원을 고대한다. 그로써 감상자에게 지금 어디에, 왜 고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거울을 응시하듯 현 상태로 잠시 머물러도 괜찮다는, 가장 처음의 고이게 된 이유를 되짚어 보자는 그런 희망적이고 현실에 집중된 제안을 던진다. 동시에 유동적인 우리의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모색해 보자는 제시이기도 하다.